거울 앞에 오래 앉아 있었던 시간들
거울은 언제나 나보다 먼저 나를 알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설명하지 않아도
거울은 내가 어떤 얼굴로 하루를 견디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시집은 ‘거울’이라는 도구를 빌려
한 개인의 내면, 사회 속 존재, 사라지는 자아,
그리고 다시 살아나는 감정들을 들여다본 기록이다.
비추어진 얼굴은 늘 명확하지 않았고,
때로는 타인의 기대를 닮았고,
어쩌면 가장 낯선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라는 존재가 흐려지지 않기를,
사라지지 않기를,
조금씩이라도 복원되기를.
거울을 오래 응시하다 보면
그 안의 얼굴도
천천히 나를 응시하기 시작한다.
이 책은 그 첫 눈맞춤에 대한 기록이다.
수원시 장안구 장자동에서
한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