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악의 사상사(태초부터 현재까지)(The history of the devil and the idea of evil; from the earliest times to the present day, 1899)
인류의 가장 오래된 그림자, 즉 악(惡)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악이 형상화된 악마(惡魔)라는 개념은 어떻게 인류의 의식 속에 뿌리내리고 진화해 왔는가? 1900년, 서구 사회가 과학적 합리주의의 정점에 서 있던 시기에 폴 카루스(Paul Carus)는 이 근원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악마와 악의 사상사: 태초부터 현재까지』라는 기념비적인 저작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책은 단순한 신화나 종교적 교리의 나열을 넘어, 철학, 심리학, 인류학, 역사학 등 다채로운 학문의 프리즘을 통해 인류 정신사와 문화사 속에서 악마와 악의 개념이 차지하는 지대한 위치를 조명하는 역작이다.
카루스의 대담한 해부 악의 진화론적 초상
카루스는 악마와 악의 개념이 인류 문명 초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페르시아, 인도,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부터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주요 종교에 이르기까지, 그는 광범위한 문화권의 악마론을 끈질기게 추적한다. 초기 인류에게 악마적 존재는 주로 자연의 파괴적인 힘, 가령 홍수나 가뭄, 질병과 같은 통제 불가능한 재앙의 의인화이거나, 혹은 인간 내면의 어두운 충동을 상징하는 비인격적인 그림자에 불과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은 점차 인격화되고, 심지어 사탄과 같이 조직화한 악의 세력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거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