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 시들지 않는 꽃이 되기를 꿈꾸었다. 거센 세상의 바람
속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는 존재. 오롯이 나 스스로의 힘으로 눈부시게 피어나는 꽃. 영원히 그 빛을 잃지 않는 존재가 되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어디로 발걸음을 옮겨야 할지 막막했다. 무엇에 기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필사적으로 방향을 찾으면서 뿌리를 내리려 애썼다. 쉬지 않고 내 자신을 다그쳤다.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가련한 존재였다. 시간이 겹겹이 쌓이고 수많은 도전과 쓰디쓴 좌절을 맛보았다. 마침내 깨달은 건 내 마음, 내 것인 듯 아닌 듯한 생명조차 내 뜻대로 할 수 없거니와 홀로 자라날 수 없는 한낱 가지에 불과하다는 것.
너무나 당연한 진실이었다. 오히려 외면했던 진실 앞에서 겸허히 무릎 꿇을 수밖에 없었다. 그 깨달음은 때로 심장이 아리는 것처럼 쓰라리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를 짓누르던 거대한 짐을 내려놓는 듯한 해방감을
안겨주었다.
바로 그 순간, 그분을 만났다. 내 안의 깊은 갈증을 한눈에 알아보신 분.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아시는 분. 나를 온전히 품어주신 포도나무 되신 예수님. 그분의 품에 안긴 순간, 내 삶의 모든 풍경은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그날 이후, '붙어 있음'이라는 신비로운 은혜를 배우기 시작했다.
수동적인 의존이 아닌 진정한 생명과 차고 넘치는 풍요를 누리는
길이었다고 감히 고백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