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결들을 따라 흘러갑니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남겨지는 떨림이 있고,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작은 생명의 불씨가 있습니다. 그 불씨는 때로는 속삭이듯 조용하고, 때로는 눈부신 찬란함으로 드러나며, 우리를 한순간 멈추어 서게 합니다. 그 순간마다 우리는 살아 있다는 것, 살아 있음이 품고 있는 깊이를 새삼스럽게 마주합니다.
이 시집은 『생명』에 관한 시집입니다. 그 미세한 결을 따라 걷듯이 펼쳐집니다. 한없이 연약해 보이지만 꺼지지 않는 생명의 숨결을 바라보며, 그 안에서 빛을 발견하려 합니다. 빛이라 부를 수 있는 것들은 언제나 화려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요한 자리에 앉아 세상을 비추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존재들을 존귀하게 드러냅니다. 시의 언어는 그 생명의 빛을 붙잡는 손길이자, 그 고요를 담아내는 그릇이 되기를 바랍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독자께서는 눈앞의 일상이 생명으로 새롭게 보이기를 바랍니다. 낡은 벽돌 틈에서 피어나는 작은 잎사귀처럼, 무심히 스쳐 가던 순간들이 다정한 울림으로 되살아나기를 바랍니다. 그 울림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을 향한 부드러운 생명의 위로이며, 세상과 서로를 이어 주는 다리가 됩니다. 이 책은 그러한 길 위에서 함께 걷고자 합니다.
끝내 이 시집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다만 평범한 존재들의 생명의 빛을 놓치지 않고, 그것을 귀히 여기며 살아가자는 작은 고백일 뿐입니다. 글을 쓰는 동안 저 또한 수없이 멈추어 섰습니다. 사소하다고 여겨진 것들이 사실은 깊고 큰 울림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시집이 독자 여러분의 마음 속에서도 오래 머물러, 고요히 그러나 분명히 생명이 빛나는 순간으로, 아름다운 향기로 남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