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누군가의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아이를 돌보고 부모를 모시는 일을 사랑과 책임으로만 설명해 왔을까. 이 책은 집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노동의 가치를 정면에서 재평가한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가사와 돌봄이 어떻게 사회를 움직이는 기반이 되는지, 그리고 그 가치가 왜 임금과 경력과 권리에서 빠져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저자는 전업주부의 하루를 시간과 비용과 전문성의 언어로 번역한다. 한 끼 식사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계획과 구매와 조리, 한 아이의 하루가 굴러가게 하는 수많은 결정과 돌봄, 집이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유지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시스템을 촘촘히 해부하며 말한다. 이건 단지 돕는 일이 아니라 사회를 지탱하는 풀타임 노동이라고.
사랑과 임금 사이에서 흔히 벌어지는 죄책감과 몰이해를 넘어, 이 책은 부부와 가족이 현실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 가사와 돌봄의 업무 분장표 만들기, 시간과 비용의 가시화, 경력 단절을 줄이는 설계, 합리적 용돈이 아니라 공동 자산과 공동 의사결정의 원칙 등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도구들이 담겨 있다. 또한 세제와 사회보험, 돌봄 인프라 같은 제도적 장치가 왜 필요한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명확한 방향을 제안한다.
이 책은 전업주부에게는 자신의 노동을 스스로 평가하고 요구할 언어를, 맞벌이 가정에게는 공정한 협상과 연대의 방법을, 정책 입안자와 기업에게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체크리스트를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당신의 삶이 당연히 굴러가게 만드는 그 손길에 어떤 값을 매기고 있는가.
당신이 이미 하고 있거나 누군가에게 기대고 있는 그 일의 진짜 가격표. 이제는 붙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