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단편소설 10, 산골 소녀 제미나
'위대한 개츠비' 작가의 잃어버린 세대 문학 시리즈
이 작품은 당시 미국의 통속 소설과 영화 시나리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요소들을 극단적으로 과장하고 풍자한 패러디 소설이다. 작가는 이야기의 도입부에서 독자에게 직접 “문학이 아닌 이야기”임을 선언하며, 심리적 분석이나 내적 성찰 없이 오직 자극적 사건과 멜로드라마적 클리셰로 이루어진 대중 매체의 천박한 취향을 비웃는다. 산골 가문의 유치한 복수극, 비현실적인 인물 설정, 그리고 알코올 중독이라는 비극적 소재가 터무니없는 방식으로 결말에 봉합되는 과정을 통해, 재즈 시대의 황금만능주의와 지성의 몰락 속에서 대중문화가 얼마나 공허하고 자기 모순적일 수 있는지 날카롭게 풍자한다.
# 주요 등장인물
* 제미나 탄트럼 (Jemina Tantrum)
16세 산골 소녀로, 10년 이상 위스키를 만들어 부모를 부양해온 노동의 화신이다. 위스키를 물처럼 마시고 발가락이 11개라는 설정 등, 비현실적인 힘과 순진한 어리석음이 뒤섞여 통속 소설 속 전형적인 여주인공의 클리셰를 상징한다.
* 에드거 에디슨 (Edgar Edison)
사냥 장화를 목까지 신은 필라델피아 출신의 젊고 활기 넘치는 도시 남자다. 그는 제미나의 땅에서 발견된 금광을 헐값에 사들이려 한다. 그의 ‘개성’과 ‘문명성’은 탐욕과 비겁함으로 희화화되어 속물적인 도시 문명의 상징으로 제시된다.
* 탄트럼 가문과 돌드럼 가문
수십 년 동안 카드 놀이, 위스키 던지기, 괘종시계 달기 등 유치하고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서로를 몰살시키는 산골 가문 간의 오래된 원한을 상징한다. 이들의 싸움은 무의미한 폭력과 복수극을 풍자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 줄거리
켄터키 산골에서 제미나 탄트럼은 매일 위스키를 빚으며 늙은 부모를 부양한다. 그녀의 일상은 위스키와 오랜 적대관계인 돌드럼 가문과의 유치한 다툼으로 점철되어 있다. 어느 날, 도시에서 온 에드거 에디슨이 제미나의 땅에 새로 발견된 금광을 헐값에 사들이려 나타난다. 제미나는 처음 보는 ‘문명인’ 에디슨에게 순식간에 운명적인 사랑을 느낀다.
에디슨이 탄트럼 오두막에서 흥정을 하는 중, 돌드럼 가문이 벽돌과 돌을 퍼붓는 격렬한 공격을 시작한다. 겁에 질린 에디슨은 굴뚝과 침대 밑으로 숨으려 하지만 결국 위스키에 불이 붙어 오두막 전체가 화염에 휩싸인다. 제미나와 에디슨은 죽음의 위협 속에서 마지막 입맞춤을 나누는데, 이때 제미나의 다리에 붙은 불은 그녀가 인간 알코올 램프가 되었음을 암시하며 상황을 비극적이면서도 풍자적으로 만든다.
마침내 벽이 무너지면서 두 사람은 죽음을 맞이하고, 돌드럼 가문의 늙은 젬은 잠시 감동에 젖어 모자에 위스키를 채워 마신다. 그는 “그들을 갈라놓으면 안 된다”며 두 연인의 시신을 강물에 함께 던진다. 그들의 시체가 만든 두 물보라가 합쳐지는 모습은 이야기를 냉소적이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