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단편소설 9, 기이한 노인 이키
'위대한 개츠비' 작가의 잃어버린 세대 문학 시리즈
이 단막 희곡은 1920년대 재즈 시대에 유행한 경쾌한 부조리극(Nonsense Play)이자, 풍속 희극의 성격을 강하게 띤 작품이다. 주된 주제는 전통적인 목가적 가치와 현대적·세속적 가치 사이의 뚜렷한 충돌과 몰락이다. Mr. 이키가 상징하는 촌스러움과 자연의 순수함은, 그의 자녀들이 추구하는 도시적 쾌락, 물질주의, 그리고 피상적인 지성에 의해 철저히 조롱받는다. 작가는 기묘한 설정(타인에게 이식된 샘, 말을 하는 잡동사니, 엉터리 인용)과 익살스러운 대사를 통해 전통의 붕괴와 젊은 세대의 허무주의를 풍자하며, 의미와 가치가 상실된 시대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 주요 등장인물
* Mr. 이키 (Mr. Icky): 엘리자베스 시대 농민 복장을 한 기묘한 노인이다. 그는 촌스러움과 농촌의 전통을 상징하지만, 젊은 죄수의 샘을 이식받았다는 설정은 그의 정체성이 이미 오염되었음을 암시한다. 자녀들의 이탈 앞에서 애처로운 부성애와 낡은 지혜를 호소하지만, 결국 시대의 흐름에 밀려 홀로 남는 비극적 광대다.
* 울사 이키 (Ulsa Icky): Mr. 이키의 딸로, 런던에서 ‘타자수’가 되려던 세속적인 현대 여성이다. 억센 사투리를 사용하면서도 도시적 쾌락을 추구하며, 디바인과의 결혼을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여긴다.
* 로드니 디바인 (Rodney Divine): 완벽한 턱시도를 입은 재즈 시대 속물의 전형이다. 부유하고 세련되었으나, 그의 지성과 감정은 얄팍하다. 울사에게 청혼하는 과정도 마치 사업 조건을 따지듯 이루어져, 현대적 사랑의 공허함을 상징한다.
* 피터 (Peter): 턱을 괸 채 앉아 있는 조숙하고 허세 가득한 어린 소년이다. 엉터리 지식(예: “글로리아 스완슨은 별”)과 진지한 표정으로 어른들의 대화에 끼어들며, 마지막에 Mr. 이키에게 나프탈렌을 ‘사랑의 선물’로 남기는 행동은 진정한 감정과 부조리한 행동이 뒤섞인 작품의 핵심을 보여준다.
* 찰스 이키(Charles Icky) 및 자녀들: ‘바다로 가겠다’며 허세 가득한 낭만주의를 주장하거나, 단순히 도시적 쾌락(“재즈!”, “샐러드!”)을 외치는 자녀들로, Mr. 이키의 가치를 조롱하며 떠나 전통과 단절을 상징한다.
웨스트 아이작셔의 한 목가적인 오두막 앞에서, Mr. 이키는 어린 소년 피터와 기이한 대화를 나눈다. 이때 부유하고 세련된 로드니 디바인이 나타나, 이키의 딸 울사를 찾는다. 울사는 촌스러운 배경과 달리 세속적 욕망을 지닌 여성으로, 디바인은 그녀에게 재력을 과시하며 청혼한다. 울사는 디바인의 제안을 수락하기 직전까지, 격투기 선수 ‘잭’과 ‘프랭크’ 중 누가 더 강한가라는 황당한 논쟁으로 그를 시험한다.
곧 Mr. 이키의 아들 찰스를 비롯한 자녀들이 나타나, 고향과 낡은 아버지의 가치를 조롱하며 도시적 쾌락을 찾아 모두 떠나겠다고 선언한다. Mr. 이키는 성경 구절을 통해 그들을 붙잡으려 하지만, 엉뚱한 구절만 나오자 현대적 냉소 앞에서 좌절하고 만다.
모두가 떠난 뒤, 황혼이 깔린 무대 위에서 Mr. 이키는 지친 채 홀로 쓰러진다. 그때 어린 피터가 다시 나타나, 황홀한 표정으로 자신이 소중히 간직한 것을 이키의 몸 위에 올려놓고 사라진다. Mr. 이키에게 남겨진 것은 서정적 분위기 속에서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작고 하얀 둥근 물체, 곧 나프탈렌이다. 이 나프탈렌은 기묘한 연민과 부조리한 위로의 최종 상징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