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엮으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엄마의 일기장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엄마는 40년 넘게 구멍가게를 운영하시면서도 오랜 시간 시와 일기를 써오셨다. 어느 날, 나에게 무심코 쓰신 시 한 편을 보여주셨다. 신기한 마음으로 그렇게 한 편 두 편, 읽어 내려가는데 엄마의 시는 참 사랑스럽고, 유쾌하고, 때론 묵직했다.
힘든 날에도, 좋은 날에도 한 줄 한 줄 마음을 꾹꾹 눌러 담으셨다는 사실이 놀랍고, 감동적이고, 감사했다. 몇몇 시를 읽다 보니, 엄마의 일기와 시를 책으로 엮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완성되면 예술가 창작 지원금도 드릴 수 있으니 엄마가 얼마나 뿌듯해하실까. 무엇보다 우리 자식들에게 살아 계실 때 엄마가 남겨주신 보물 같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렇게 엄마를 졸라 일기장 세 권을 받아 집으로 올라왔다.
그런데… ‘내가 참 겁도 없었구나.’
엄마의 일기장을 책으로 엮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모든 내용을 다 담을 수 없어 간추리고 편집하면서 엄마의 그 시간들을 따라 여행을 했다. 평생 몰랐을 엄마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다시 그 시절 속의 엄마와 나, 그리고 잘 살아내려 애쓰던 우리를 만나고 돌아왔다. 연필로 꾹꾹 눌러 쓰신 모진 인생을 노트북에 옮기며, 살아갈 힘을 가득 얻을 수 있어 감사하다.
이 뭉클함과 따뜻함을 독자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돌이켜보니, 내가 어설프게 썼던 두 권의 책 《사라지고 싶은 너에게》와 《엄마의 지구별 여행》은 결국 이 책을 세상에 내놓기 위한 과정이었다.
우리 모두의 엄마가, 아빠가 자신의 인생을 한 권의 책으로 남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식들에게 그보다 더 귀한 선물이 있을까. 묵묵히 삶을 살아오신 우리 부모님들께도 드리고 싶은 최고의 선물이다. 깊고 진한 엄마의 인생 이야기들로 꽃같이 피어난 한 권의 책. 그 이상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품으신 인생에, 그럼에도, 참 잘 살아오셨다고 감사와 사랑을 전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