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세, 오십대 중반, 사계절의 기록에서 찾은 삶의 이유
2013년부터 '공학도'의 삶 속에서 '행복한 글놀이'라 이름 붙여 틈틈이 적어둔 '메모'들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치열한 '동(動)적인 삶' 속에서 '정(靜)적인 나'를 잃지 않으려는 무의식적인 생존 본능에 가까웠습니다.
2024년, 오십넷의 어느 날, 서랍 속에 잠들어 있던 그 메모들을 다시 펼쳐 보았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먼지 낀 페이지 속에서 '기록하는 나'가 아닌, **'쓰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메모'는 '시'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공학도'의 그림자 속에 '작가'가 숨어 있었습니다.
이 시집은 그 '각성(覺醒)'의 기록입니다. '메모'가 '시'가 되는 순간의 '경이로움'이자, '쓰는 나'를 '초충(草蟲)'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호명(呼명)'하는 '순간'입니다.
'백지'는 두려움이었으나 '첫 문장'을 쓰는 순간 '길'이 되었습니다. 이 떨림은 2025년, 나의 '첫 번째 서가(書架)', 『초충서가』를 여는 가장 단단한 시작의 고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