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의 섬, 시간 위의 정원!
서울에 산다는 건 늘 바쁘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아침의 지하철, 점심의 도시락, 저녁의 회식.
반복되는 하루가 끝나면 마음은 늘 숨을 곳을 찾는다.
그런 날, 문득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선유도!
처음 그 섬(지금은 섬이 아니지만)에 갔던 날을 기억한다.
양화대교를 건너는 동안에도 그저‘공원’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다리에 발을 디디고, 섬에 들어서자마자 이상한 정적이 흐른다.
차 소리가 멀어지고, 사람들의 말소리가 낮아진다.
물소리가 가까워지고,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도시의 중심에서, 도시의 소리가 사라진다.
이 섬은 과거에 정수장이었다.
물을 걸러내고, 정화하던 장소.
그 흔적은 지금도 남아 있다.
콘크리트 구조물은 무너지지 않은 채 나무와 물과 어울려 숨을 쉬고 있다. 사람들은 그 위를 걷고, 아이들은 풀숲을 뛰논다.
버려졌던 장소가, 가장 살아 있는 풍경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 책은 선유도를 뛰거나 걷던 많은 날의 기록이다.
어떤 날은 봄볕이 따뜻했고,
어떤 날은 겨울 강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었다.
혼자였던 날도 있었고,
우연히 누군가의 미소와 마주치던 날도 있었다.
그 모든 시간이 이 섬에 머물렀고,
나의 마음에도 작은 정원이 생겼다.
이제 당신에게도 이 섬을 건네고 싶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중심에 숨겨진 조용한 시(詩)의 공간, 선유도.
그곳은, 걷는 이의 마음에 따라, 매번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