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 앉은 여자의 손이 떨렸다.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시리게 하는 새벽, 낡은 방 안에는 싸구려 난로의 열기마저 미치지 못했다.
붉은 립스틱 자국이 번진 거울 속의 여자는 이미 '정옥희'가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그녀는 단 한 번도 '나'였던 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한때 '수련'이라 불리며 화려한 웃음을 팔던 시절이 있었다. 술만 먹으면 아무 데서든 옷을 벗을 수 있었고, 손님들은 그녀를 찾기 위해 줄을 섰다.
하지만 세월은 잔인했고, 이제 그 꽃은 시들어 버렸고 외면당했다. 젊고 예쁜 아이들에게 밀려, 그녀는 더 이상 선택받지 못했다.
서러웠던 건 팔리지 않는 몸뚱이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값이 매겨졌던 자신의 인생, 그 세월을 묵묵히 견뎌온 자신에게 사무치도록 서러웠다.
다방, 술집, 이리저리 나부끼며 살아온 인생은 구름 같았다. 쥐어짜이고, 때로는 뺏기며, 피눈물과 바꾼 돈은 작은 금고 속에 낡은 통장으로 쌓여갔다.
통장 속의 숫자를 보며 그녀는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이대로 끝낼 순 없어." 그녀는 붉은 화장을 지우며 이름도 나이도 지우고 과거를 지우고,
스스로의 이름 석 자로 살아갈 새로운 인생 2막을 꿈꾸며. 모든 기억이 지워지길 바라며 오늘도 열심히 화장을 지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