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헛걸음이라 좋다》
‘나날이 헛걸음이라 좋다’는 살면서 부닥치는 세상사에 대한 작가의 관점을 에세이로 풀어낸 글입니다. 글 내용의 성향이나 분야에 따라 6개 장으로 구분하고 전체 52편의 작품을 수록했습니다. 장별로 소제목을 붙여 글의 정감을 독자가 쉬 분별하며 읽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표제작 ‘나날이 헛걸음이라 좋다’는 살아야 하는 욕심에 끌려 헛짚고 헛걸음하면서 살지만, 이를 통해 되레 깊은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 아니냐는 사색의 너울입니다. 전체 작품도 소재는 다르지만, 희로애락의 삶의 조각을 이러한 시각에서 독자와 함께 살펴보며 생각 한번 더해보는 틈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담았습니다.
앞표지 그림은 발바닥입니다. 중간 아래쪽은 땅을 의미하는 붉은 자주색이고 위쪽은 하늘을 의미하는 푸른색입니다.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이 세상을 돌아다니며 헛짚고 헛걸음하며 살다가 끝내는 길(선)을 따라 하늘(죽음)로 올라간다는 뜻을 이미지화한 것입니다.
이 책의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 앞표지와 뒤표지, 본문 간지의 글을 소개합니다. 개별 작품에서 인용한 글 모음입니다.
1. 앞표지
나루터 가는 강둑길은 내 숨소리의 연원을 찾아보는 길이기도 하다. 부질없이 시간의 끝을 문질러 해가 바뀌었다며 우기는 그 새해에도 내‘살아 있음’의 우연, 그걸 버텨내려 강기슭을 오르내릴지니. - 〈나루터 가는 길〉
2. 뒤표지
봄 바다가 엮고 있는 까마득히 묵은 이야기들이 왠지 편하다. 인간은 이렇게 누천년 귀신을 부르고 해와 달을 부르며 사는 길을 찾아온 것 아닌가. - 〈봄날에 길치가 되어〉
산허리의 봄바람처럼 지나가는 생이 때로는 허망해 저세상에 물음을 던져 삿대질하는, 시간에 묻힌 껴묻거리다. 산 내려와 잡은 막걸리 한잔에 몽롱해진 이 세상이 그래도 좋다. - 〈껴묻거리〉
흩날리는 잎의 군무에 나는 속절없이 자꾸 내가 누구인지 곱씹는다. 이 아주머니도 그 비구니도 나도 조락의 계절 앞에 말로는 하지 못할 삶의 기도를 하는 것인가. 나를 비질해 쓸어갈 바람도 이윽고 불어오리라. 다시 수레가 내 앞을 묵연히 지나간다. 날리는 잎은 이승을 구르는 내 춤이요 끝내는 서러움이다. -〈 비질하는 날에〉
3. 본문의 간지
어쩌면 나날이 헛짚고 헛걸음하는 틈이 있어 되레 살아내게 되니 그게 좋다. 날리는 벚꽃에 그냥 덩실대었으니 좋다. - 〈나날이 헛걸음이라 좋다〉
텅 비어 시원해야 할 앙상한 겨울 숲길이 갑갑하다. 허깨비가 차지한 세상의 봄은 어떻게 오려는가. 알게 모르게 해코지를 당하는 내 밥그릇을 매만지고 있다. - 〈겨울 허깨비〉
어느 장르도 떠난 독자를 붙들기엔 역부족의 시대 상황이 아리다. 품바의 곤한 외침 같다. 그래도 내 글을 흔들어 문학 장터의 웅성거림을 붙잡아보려는 간절함이 크다. - 〈사랑메기, 그 바람의 유랑〉
보이저 1호가 해왕성을 지난 뒤 뒤돌아보며 태양계를 찍은 그 사진의 한 점 별을 보았는가. 칼세이건이 ‘창백한 푸른 점’으로 부른 지구를. 그 점을 벗으나 인간의 희로애락도, 천상 천하도 없다. 경이롭고 허무하지만 그렇다. - 〈가랑잎 소리 너머로〉
사는 길이 그믐달 밤 벼랑길이다. 세상은 어찌 될 건가. 그렇게 사람 앞에 잘 나서던 신은 왜 귀띔도 안 해주는 건가? - 〈아가씨 복 받을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