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이 경추손상으로 살아가는 중증 지체장애인은 목 아래로는 모두 마비가 되었기에 일상생활에서 모든 것을 도움받아야 한다. 휠체어를 타고 내리는 것도 모두 도움이 필요하기에 여행을 간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중도 장애인의 경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신세계(??)를 경험해야 한다. (사고로 한 달 만에 의식을 깨고 보니 내가 주류였던 세상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마치 영화 ‘혹성탈출’처럼 원숭이(또 다른 주류)가 지배하는 세상의 맨바닥으로 떨어져 피지배층으로 살아가는 듯한 딱 그런 느낌이었다), (중도 장애인; 비장애인으로 살아가다 중도에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인이 된 사람)
또한,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기까지 고통 속에 살아가게 된다. 어떤 계기로 장애인이 됐음을 받아들이게 되면 (환경은 똑같지만)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 가며 인생 2막을 살아가는 것 같다. 이때 여행은 나에게 있어, 또 다른 경험이자 세상으로의 도전으로 여겨졌다.
사실 현재의 대한민국은 모든 건물, 식당, 심지어 관공서까지도 비장애인에 맞춰 설계되다 보니 장애인들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너무도 팍팍하다. 그래서 ‘편의시설을 잘 갖춰야 한다.’라고 하는 것인데,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위함이다.
사고 후 인천에 입원했을 때 친구가 데리고 간 첫 외출이 월미도였다. 목포 놈이라 오랜만에 바다 내음을 맡아 너무도 좋았다. 그런데, 횟집에서의 나쁜 기억 때문에 다시는 외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친구는 병원에 올 때마다 ‘외출하지 않겠다.’라는 나를 자기 맘대로 끌고 나갔고, 그렇게 몇 차례 다니다 보니 외출이 자연스러워졌다. 그 외출은 자연스럽게 여행으로 이어졌고, 한번이 어려웠지, 몇 차례 다녀오면서 여행은 예전(장애인이 되기 전)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나의 여행은 ‘(듣도 보도 못한) 먹방 여행’으로 지방의 제철 음식과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다. 먹는데 많은 경비가 들긴 하지만 만족도는 항상 A++ 이었다.
그리고, 전동휠체어로 외출과 여행을 다니면서 느꼈던 점을 나누고, 혹시 집이나 시설에서 꼼짝하지 않고 몸과 마음이 갇혀 있는 중증장애인들에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단초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단초=마중물=일을 풀어 나갈 수 있는 첫머리)
내가 잘났거나 모든 걸 알아서 쓴 것이 아니라 중증 지체장애인으로 살면서 평소 겪고 있는 삶을 기반으로 한 개인적 견해와 실제적 현실을 담고 있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