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위에 새긴 걸음, 땀으로 지은 공직의 길』은 한 사람의 자서전을 넘어, 한 지역과 한 시대의 행정을 고요한 필치로 담아낸 기록이다. 저자 김동진은 1976년 첫 임용장을 품고 공직의 문을 두드린 순간부터 38년 7개월의 시간을 단양이라는 고향의 숨결 속에 묵묵히 새겨왔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실적의 나열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행정이 어떻게 한 지역의 결을 바꾸고 한 생의 방향을 이끌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깊은 수필이다.
책은 “경천근민 수기치인(敬天勤民 修己治人)”이라는 좌우명으로 시작한다.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성심으로 섬기며, 먼저 자신을 닦아 타인을 바르게 이끈다는 이 문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숨결이다. 담배 한 갑에서 시작된 단양장학회, 지방 최초의 행정사료실 개소, 제목 하나 바꿔 오래 묵은 민원을 해결한 일 등, 그의 행정은 규칙보다 사람의 온기에 가까웠다.
1장에서는 우물가의 깨달음에서부터 단양군 행정과 특히, 단양읍장과 매포읍장 재임시 단양읍·매포읍의 변화까지, 작고 소박한 실천들이 어떻게 지역의 역사를 바꾸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적소성대(積小成大)의 정신처럼, 그의 행정은 늘 현장 가까이에서 사람을 향해 있었다.
2장에 이르면 후배 공직자들을 향한 따뜻한 편지가 펼쳐진다. 공직의 자세, 조직을 바라보는 마음, 일을 대하는 태도 등, 경험에서 우러난 그의 조언은 지시가 아닌 ‘나눔의 언어’로 전해진다. 이 글들은 공직을 준비하는 청년에게는 이정표가 되고, 이미 현장에 선 공무원에게는 조용한 길잡이가 된다.
3장은 퇴직 이후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작은 농장에서 발견한 문제는 결국 나라의 제도를 바꾸었다. 2024년 4월 면세유(免稅油) 지급 규정 개정이라는 결실은 “퇴직 이후에도 공직자의 실천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 대목에서 독자는 ‘작은 목소리도 국가를 움직일 수 있다’는 진실을 확인한다.
4장은 타인의 글로 그려진 “김동진이라는 사람”이다. 동료와 후배, 지역 주민들의 기록에는 작은 메모장을 손에서 놓지 않던 한 행정가의 진심, 민원의 말 한마디에도 밤새 답을 찾으려던 그의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는 공적 기록 너머, 한 사람의 인간적 품성을 비추는 따뜻한 증언이다.
이 책의 힘은 행정이라는 구조 속에 숨어 있는 ‘작은 인간의 마음’을 문학적으로 길어 올렸다는 데 있다. 담백한 문장 속에서 행정의 본질, 지역을 향한 진심, 사람을 향한 책임이 차분하게 살아난다. 공직자에게는 지침서가 되고, 지역을 지키는 이들에게는 위로가 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려는 이들에게는 조용한 성찰의 거울이 된다.
『세월 위에 새긴 걸음, 땀으로 지은 공직의 길』은 결국 한 사람의 기록을 넘어, 우리가 모두 남기고 싶은 ‘선한 발자국’에 대한 이야기다. 책장을 덮는 순간, 진짜 행정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으로 쓰여야 한다는 것을 독자는 깨닫게 된다.
이 소중한 기록을 단양군민과 후배 공직자들, 공직의 길을 준비하거나 이미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 분들, 그리고 지역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모든 이들께 정중한 마음으로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