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시를 잘 쓰는 기교를 설명하려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시를 쓰는 데 필요한 가장 근본적인 감각, 즉 시간과 공간을 느끼는 방식부터 다시 열어 보려는 시도에 가깝다. 시는 길이가 짧지만, 그 안에는 위와 아래, 안과 밖, 가까움과 멂,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흔들리며 의미를 만들어 낸다. 이 작은 흔들림이 바로 시의 시작이며, 마음속 응고를 녹여 다시 흐르게 하는 언어의 용해 과정이다.
필자는 지난 30여 년간 치유의 현장에서 시를 읽고, 시를 쓰고, 시를 낭독하며 웃음 짓고 눈물을 글썽이는 수많은 이들을 만나 보았다. 그들은 전문적인 작가는 아니었지만 그 안에는 이미 많은 시들이 고여 있었다. 인간의 존재 자체가 시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다. 특별한 재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자신의 위치를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장소는 어디인지, 그 자리에 스며 있는 감정은 무엇인지, 그 감정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만 알아차리면 된다. 나머지는 언어가 자연스럽게 길을 만들어 준다.
??이 책이 제안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공간을 하나 정하고, 시간을 하나 얹고, 그 순간을 바라보는 화자를 정한 후, 보이는 장면을 한두 줄 적어 보는 것이다. 그 작은 단계만으로도 이미 한 편의 시가 만들어진다. 시는 설명이 아니라 순간의 기울기이며, 그 기울기를 언어로 붙잡는 일이 곧 창작이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 나는 각 장마다 바로 적용해 볼 수 있는 실습용 노트를 함께 마련해 두었다. 독자들이 읽기만 하고 지나가지 않도록, 적재적소에서 간단한 문장 쓰기·시 구상·패러디 쓰기·공간 감각 기록 등을 시도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 노트는 단순한 보조 자료가 아니라, 한 장 한 장의 내용을 실제 언어 경험으로 전환해 주는 작은 작업실과 같다. 읽은 내용을 곧바로 적어보고, 떠오르는 이미지를 기록해 두며, 마음의 움직임을 언어로 옮기는 연습을 통해 글쓰기가 생활 속으로 스며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하루에서 작은 공간 하나, 사라져 간 시간 하나, 마음의 떨림 하나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발견이 곧 시가 되고, 시는 다시 자신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문이 될 것이다. 이 책이 그 문을 여는 데 작은 촉매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