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왜 과거를 파헤치는 것일까요? 흙 속에 묻힌 말없는 유물과 무너진 집터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요? 고고학은 단순히 오래된 물건을 찾아내는 보물찾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시간의 먼지를 걷어내고 선조들의 삶과 지혜,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온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읽어내는 흥미진진한 지적 탐험입니다.
이 책은 바로 그 탐험에 동참하고자 하는 모든 분을 위한 초대장입니다. 특히 미래의 한국 고고학을 이끌어갈 분들에게 든든한 길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두 명의 저자가 함께 했습니다.
저자인 박준범은 30년 이상 한국 고고학의 최전선에서 흙먼지를 마시며 생생한 역사의 증거들을 직접 마주해왔습니다. 발굴 현장의 치열함과 새로운 발견의 희열, 그리고 그 속에서 마주한 한국 고고학의 현실적 고민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또 다른 저자인 심준용은 고고학에 학문적 뿌리를 두고, 발굴 현장과 박물관, 그리고 건축역사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과거를 어떻게 현재의 대중과 연결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왔습니다.
이 책은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하며 완성되었습니다. 저희는 ‘세계 고고학의 프리즘으로 본 한국 고고학’이라는 부제처럼, 한국의 고고학을 우리만의 틀에 가두지 않고 세계 학문의 큰 흐름 속에서 조망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책의 전반부에서는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어떻게 탄생하고 발전해왔는지 그 위대한 여정을 따라갑니다. 그리고 그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한국 고고학이 식민사관의 시련을 딛고 어떻게 우리 역사의 주체성을 찾아왔는지 그 발자취를 뒤따릅니다.
이 책은 고고학의 기초를 다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담았습니다.
? 고고학의 기본기: 유적은 어떻게 찾고(지표조사), 어떻게 파야 하며(발굴), 발견된 유물의 연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연대측정법)? 고고학 연구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론을 현장의 생생한 경험을 녹여내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 유물로 과거 읽기: 석기, 토기, 금속기와 같은 도구의 발전 과정(기술 고고학)부터, 유물의 이동을 통해 고대 사회의 교역망을 추적하고(교류 고고학), 유물의 분포와 무덤의 형태로 사회 구조를 읽어내는(사회 고고학) 심화된 분석 방법까지, 고고학적 상상력이 어떻게 과학적 논증으로 발전하는지 보여줍니다.
? 과거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나아가 동굴벽화나 제사 유적을 통해 과거 인류의 믿음과 사상을 엿보고(인지 고고학), 한 줌의 뼛조각에서 성별, 나이, 질병, 식생활 등 한 사람의 일생을 복원해내는(고인골 고고학) 경이로운 과정도 함께 탐험합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한국 고고학의 빛나는 성과와 함께, 우리가 마주한 현실적인 고민과 과제를 숨김없이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이론과 현장의 괴리, 비정상적인 구제발굴 시스템의 문제점, 학문 분야 간의 소통 단절 등 현재 한국 고고학이 앓고 있는 성장통을 솔직하게 담았습니다. 이는 어두운 면을 들추기 위함이 아니라, 문제를 직시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만 한국 고고학이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과거를 탐구하는 여정은 끝이 없습니다. 부디 이 책이 여러분의 그 여정에 작은 등불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희와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고고학의 세계를 탐험해 주시길 기대합니다.
2025년 여름 심준용, 박준범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