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꼭 결혼이어야 할까. 결혼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닐까. 오래된 질문은 늘 고개를 든다. 우리는 답을 미루지 않기로 했다. 다만 판결처럼 박제된 한마디가 아니라, 생활의 체온으로 확인하는 쪽을 택했다. 한 달. 달력 한 장의 너비. 그만큼의 바람과 빛과 빨래와 요리와, 서로의 숨을 나눠 쓰는 실험.
우리는 약속한다. 서류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시간을 과감히 열어보자고. 출퇴근 후의 피곤한 어깨, 설거지의 미세한 소리, 새벽의 물 끓는 숨결, 창틀에 기대 선선한 밤을 같이 건너는 일을 미리 결혼이라 부르지 않기로. 이름을 붙이면 쉽게 굳어지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이름보다 내용을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