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마음을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습니다.
말로 다 하지 못한 감정들이 있다면, 이 책 속에 잠시 맡겨두셔도 좋습니다.
기록되지 못한 마음이라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잊힌 감정도 사실은 깊은 곳에서 조용히 저장되어 있습니다.
그 총량이 너무 벅차게 느껴질 때, 여기에 잠시 기대어 보시겠습니까.
병원에서 사람들의 하루를 지켜보다 보면,
표정 하나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진료 기록에는 남지 않는 눈빛, 발자국 소리, 앉아 있는 자세 하나까지도
모두 감정의 테라바이트로 존재합니다.
그 감정을 완전히 해석하려 들지 말고,
그저 잠깐 바라봐 주셔도 좋습니다.
이 시집은 정답을 말하려는 책이 아니라,
당신의 마음이 스스로 말을 꺼낼 수 있도록
조용히 자리를 마련해 둔 책입니다.
혹시 지금, 감정의 용량이 넘쳐 어딘가 고장날 것만 같다면
여기 몇 장의 문장을 열어 보셔도 좋겠습니다.
당신의 하루가 조금 덜 고단해지고,
기억 속 어딘가에 자리조차 얻지 못한 감정 하나가
비로소 머무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 책은 제 역할을 다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