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나는 홀이 아닌 주방 도마 앞에 서 있었다.
영화감독이 되어 배우들에게 연기를 디렉팅하는 대신, 나는 이제 칼을 들고 고기의 맛을 디렉팅한다. 안창살은 어떻게 썰어야 가장 육향이 진한지, 등심은 어떻게 구워야 입안에서 폭죽이 터지는지, 나는 지난 18년간 매일 밤 고기와 독대하며 그 답을 찾아냈다.
내가 영화판을 떠나며 느꼈던 좌절감은, 불판 위에서 희열로 바뀌었다.
이 책은 겉멋 든 영화학도가 칼을 쥐고 치열하게 써 내려간 '맛의 시나리오'다.
소고기라면 남부럽지 않게 먹어봤다는 당신도, 아직 '진짜'를 못 만났을지도 모른다.
이제 내 주방으로 당신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