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좋은 집안의 딸은 이래야 해."
"전통이야. 관례야. 다 너를 위한 거야."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물려주고 있는가.
"집안의 전통", "사회적 체면", "네 위치에 맞는 삶." 부모 세대가 당연하게 여기는 관례와 관습이 자녀의 삶을 어떻게 옥죄는지, 우리는 알고 있을까.
재벌가의 딸 윤아는 모든 것을 가졌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자기 인생을 선택해본 적이 없었다. 먹는 것, 입는 것, 만나는 사람, 심지어 결혼까지. 모든 것이 '집안을 위해' 정해졌다.
가난했지만 자유로웠던 소녀 은서를 만나며, 윤아는 깨닫는다. 자신이 살아온 것이 삶이 아니라 '역할 수행'이었다는 것을.
사회와 가족이 만든 보이지 않는 새장. 그 안에서 숨막혀 하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이야기.
본문 중에서
윤아는 멍하니 은서를 바라보았다. 은서의 삶은 힘들어 보였다. 학교도 못 다니고, 새벽부터 알바하고, 좁은 집에서 살고. 객관적으로 보면 자신보다 훨씬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런데 왜 은서가 더 행복해 보일까.
"은서 씨는... 힘들지 않아요?"
윤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힘들죠. 당연히."
은서가 웃으며 대답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배달하면 졸리고, 돈 없으면 서럽고, 학교 못 다니니까 창피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 왜 웃을 수 있어요?"
"힘든 거랑 불행한 거랑은 다르니까요."
은서가 말했다.
"저는 힘들어요. 근데 불행하지는 않아요. 제가 선택한 삶이니까. 엄마 돕고 싶어서 알바하는 거고, 대학 가고 싶어서 공부하는 거고. 다 제가 원해서 하는 거예요."
윤아는 그 말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자신은 어땠나. 힘든 적은 없었다. 돈 걱정도, 밥 걱정도, 잠자리 걱정도. 하지만 행복한 적도 없었다. 모든 것이 정해져 있었고,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힘들지 않지만 불행한 삶.
그게 자신의 삶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