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와 살육은 제1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지식인이 바라본 인간의 추악함과 가능성을 동시에 응시하는 책이다. 로맹 롤랑은 어느 한 나라의 승리를 응원하지도, 패배를 조롱하지도 않는다. 그는 포성과 선전, 국기와 애국가 뒤에 가려진 진짜 얼굴, 곧 서로를 증오하도록 길들여진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전쟁은 어떻게 우리를 ‘우리 편’과 ‘적’이라는 이름으로 나누고, 살육을 정당한 의무처럼 느끼게 만드는가. 이 책은 그런 질문들을 피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인다. 증오와 살육은 전쟁의 기록이자, 폭력에 동조하지 않으려는 이들을 위한 양심의 교과서이다. 뉴스 헤드라인과 정치적 구호 사이에서 점점 무감각해지는 시대에, 우리는 어디까지 증오에 휩쓸리고 어디서부터 인간으로 남을 것인가를 조용하지만 날카롭게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