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물속에서 추워요〉는 저수지라는 폐쇄된 공간을 배경으로, 권태와 욕망, 그리고 죽음 충동이 교차하는 내면의 풍경을 집요하게 그려낸 단편소설이다. 작품은 물, 상처, 뱀이라는 반복되는 상징을 통해 주체의 분열과 타자에 대한 욕망을 감각적 언어로 형상화한다.
주인공 ‘나’는 저수지 인근의 ‘백년사’ 경내를 배회하며, 도달할 수 없는 대상인 ‘물뱀’에 매혹된다. 이 대상은 합일과 탈피를 약속하는 듯 보이지만, 끝내 주체를 구원하지 못한 채 더 깊은 분열로 이끈다. 저수지의 바닥은 욕망의 실현이 아니라, 자아와 의미가 해체되는 장소로 제시되며, 작품은 그 실패의 과정을 냉정하게 응시한다.
이 소설에서 저수지는 따뜻한 회복의 공간이 아니라, 차갑고 깊은 무의식의 은유로 작동한다. 반복적으로 감각되는 ‘추위’는 생의 의지라기보다 소외와 무력감의 징후이며, 주인공은 끝내 치유의 주체로 서지 못한 채 자기 소진의 궤적을 따라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