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패트릭〉은 인공지능 시대를 배경으로, 기억의 신뢰성과 ‘사라짐’이 인식되는 방식을 집요하게 탐색하는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사건의 극적 전개보다는 파편적인 회상과 미해결 감정 위에서 작동하는 화자의 인식 과정을 따라가며, 존재의 부재가 어떻게 감지되고 해석되는지를 묻는다.
소설의 서사는 선형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반복과 갱신, 삭제와 회귀를 거듭하는 구조로 구성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애도의 형식을 띠는 듯 보이지만, 완결된 슬픔보다는 망설임과 회피, 지연된 인식의 궤적에 가깝다. 원인과 결과에 고정되지 않은 주체의 인식은 감정이 즉각적으로 정리되지 못한 채 머무는 시간을 드러내며, 독자는 기억이 축적되는 과정이 아니라 흔들리는 과정을 목격하게 된다.
작품은 오류와 신호 간섭, 미세한 어긋남의 감각을 통해 인간과 기계, 기억과 데이터, 자아와 타자의 경계를 탐문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억이 더 이상 확정적 증거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주체가 자신과 타인의 존재를 어떻게 인식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소설은 완결된 서사나 명확한 결론을 거부하며, 망각이 기억만큼이나 중요한 행위가 되는 지점을 문학적으로 가시화한다.
이 소설은 자기 자신의 학습 과정을 관찰하는 픽션으로서, 현대적 감각 속에서 애도와 기억, 사라짐의 윤리를 사유하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