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아무도 괜찮지 않았던 밤을 기억하나요.”
『편의점 앞 캔맥주 한잔』은 특별한 사건이 아닌,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저녁에서 시작된 시집이다.
퇴근길 지하철의 침묵, 말줄임표만 남은 메신저, 불이 켜져 있지만 따뜻하지 않은 사무실, 그리고 집에 들어가기 전 잠시 멈춰 서게 되는 편의점 앞 불빛까지.
이 시집은 우리가 너무 익숙해져서 지나쳐온 도시의 피로와 말하지 못한 감정들을 조용히 불러낸다.
이 책의 시들은 크게 소리 내어 위로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의 마음 가까이에 앉아, “오늘도 잘 버텼다”는 말을 대신 건네는 방식으로 다가온다.
사람은 사라지고 감정만 남았던 관계들, 읽음 표시만 남긴 대화창, 괜찮다는 자동응답 뒤에 숨겨둔 마음까지?
누구나 한 번쯤 겪었지만 쉽게 말로 꺼내지 못했던 장면들이 담담한 문장으로 펼쳐진다.
『편의점 앞 캔맥주 한잔』이 특별한 이유는, 이 시집이 슬픔을 과장하지도, 희망을 강요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혼술이 슬픈데도 편한 이유, 차가운 맥주 한 모금이 뜨거운 위로보다 나을 때가 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그래서 이 시집은 읽는 이를 울리기보다, 조용히 숨을 고르게 만든다.
하루의 끝에서 누군가에게 묻지 못했던 질문이 있다면, 이 시집은 그 질문 옆에 말없이 앉아준다.
당신이 시집을 덮은 뒤에도, 한 문장쯤은 마음에 남아 편의점 불빛처럼 오래 켜져 있을 것이다.
이 시집은 정답이 아니라, 당신 마음 한켠에 잠시 머물러도 괜찮은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