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2047년, 마리아나 해구 깊은 곳에서 인류는 5억 년을 살아온 생명체를 발견한다. 불멸에 가까운 그들의 몸에서 암과 노화를 정복할 수 있는 물질이 발견되고, 한 제약 회사의 탐욕이 시작된다. 불법 채취, 생태계 파괴, 그리고 부주의하게 버려진 폐기물. 인류가 저지른 실수는 상상할 수 없는 대가로 돌아온다. 전 세계로 퍼져나간 팬데믹, 붕괴하는 해양 생태계, 그리고 1억 명이 넘는 죽음.
절망 속에서 인류는 깨닫는다. 자신들이 거의 멸종시킨 바로 그 생명체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을. 그러나 살아남은 것은 단 서른일곱 마리의 어린 개체뿐. 인류는 기다려야 한다. 그들이 자라고, 번식하고, 다시 번성할 때까지. 5년이라는 시간을, 매일 수만 명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이것은 탐욕의 대가에 관한 이야기이자, 기다림과 인내에 관한 이야기다.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파트너라는 것, 인류는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 손님이라는 것을 깨닫는 여정이다. 가장 깊은 곳에서 피어난 희망, 5억 년의 생명이 인류에게 건네는 두 번째 기회.
우리는 그 기회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본문 중에서
차가운 물이 그를 감쌌다. 소금물이 폐로 들어왔다. 숨을 쉴 수 없었다.
최정우는 허우적거렸다. 수면으로 올라가려 했다. 하지만 무언가가 그의 발을 잡아끌었다.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푸른 빛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수십 마리의 작은 생물들. 그가 연구소에서 수없이 보았던 존재들의 새끼들이었다.
그들은 그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냥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심판하는 것처럼.
최정우의 머릿속에서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처음 한서연의 보고서를 해킹했을 때의 흥분. 첫 번째 채취 작업을 명령했을 때의 자신감. 수조 속에서 죽어가는 생물들을 보며 느꼈던 무감각. 폐기물 처리 비용을 아끼기 위해 내린 결정. 미라클이 성공했을 때의 환희.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인간이 되었을 때의 만족.
그리고 지금, 죽어가는 이 순간.
'나는 뭘 한 거지?'
처음으로, 진심으로 후회가 밀려왔다.
5억 년의 역사를 파괴했다. 수백만 명을 죽였다. 지구 전체를 위험에 빠뜨렸다.
그 모든 것이 무엇을 위해서였나?
돈. 권력. 명예.
이제 그 모든 것이 아무 의미가 없었다. 이 차가운 물속에서, 그는 그냥 하나의 연약한 생명에 불과했다.
'미안해...'
그가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죽어간 생물들에게. 죽어간 환자들에게. 그가 파괴한 모든 것에게.
'미안해... 정말 미안해...'
푸른 빛들이 천천히 그에게서 멀어졌다. 마치 그의 사과를 받아들인 것처럼.
최정우의 의식이 희미해졌다. 물이 그의 폐를 가득 채웠다.
그의 마지막 시야에 들어온 것은 심해의 푸른 빛이었다. 그가 탐욕으로 파괴하려 했던, 5억 년의 아름다움.
그리고 어둠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