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아무 연고도 없는 영국으로 훌쩍 떠났던 때처럼 그로부터 5년 뒤, 저에게는 또 다른 미지의 세계이자 두번째 섬나라인 제주와 망설임 없이 인연을 맺었습니다. 막상 제주에서의 삶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인연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육지 아파트의 전세금을 빼서 어릴 적 꿈에 그리던 언덕 위 하얀 2층집을 지었습니다. 어찌 보면 무모한 일이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제주와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집을 지은 이후론 육지에서의 삶이 아무리 고되도, 이도 저도 아니면 돌아갈 갈 곳이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스트레스 가득한 도시에서의 삶을 견뎌내기가 쉬워졌습니다. 물론 생전 처음, 그것도 제주도에 집을 짓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문제들에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가며 진정한 전원 주택러가 되어 가는 과정이 삶에 또 다른 활력소가 되어 주고 있으니 제주에 집을 짓기로 결정한 건 정말 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집을 지은지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육지와 제주를 오가야 하는 삶엔 변함이 없고, 오롯이 제주에서의 삶을 누릴 수 있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할 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이 책에는 제주를 수없이 오가며 반쪽짜리 제주인이자 전원주택러로 살아가며 느끼고 경험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