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의 출발지이자 동서양의 교차로인 중동과 이슬람의 모든 것
중동이라는 지역 문제와 이슬람이라는 종교 문제는 국제 정세와 관련해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만 봐도 국지전과 휴전을 반복하면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또한 아랍의 봄 이후 수니파와 시아파의 분쟁으로 10년을 넘게 끌어온 시리아 내전은 수니파 반군이 승리하면서 알아사드 가문의 50년 독재 정권에 마침표를 찍었다.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중동과 이슬람 세계는 테러, 전쟁, 석유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된 게 사실이다. 예전에 교류가 거의 없었던 시절에는 지리적, 종교적 환경의 차이도 이질적인 관계에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서양의 시각으로 전하는 중동 지역의 국제 뉴스는 부정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20세기 이전 중동의 역사를 유럽의 시각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했다면, 20세기 이후 중동의 정치, 경제, 종교는 미국의 시각에 의존해 재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세계화 이후 유럽과 아시아의 교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동서양의 교차로인 중동의 지정학적 가치가 새로운 차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중해와 인도양을 잇는 수에즈 운하와 유라시아의 하늘길을 연결하는 허브 공항인 두바이 공항은 중동의 지정학적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게다가 20억 명이 넘는 무슬림을 가진 이슬람교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며 종교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그동안 석유 자원을 둘러싼 강대국의 이권 개입과 지역 분쟁으로 얼룩진 중동 지역의 산유국들도 오일 달러와 지정학적 요충지라는 장점을 결합해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중동의 전통적 앙숙인 시아파 이란과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는 화해의 손을 잡았고, 이스라엘은 미국의 주선으로 이란을 제외한 산유국들과 관계 개선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핵무기를 개발하는 이란이 미국과 유엔의 제재로 주춤하는 사이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 지역의 새로운 맹주로 떠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발발로 인해 중동 지역은 여전히 전략적 요충지임이 증명되었고, 특히 중재자로 나선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중동의 주요 민족인 이란인, 아랍인, 투르크인 3개의 축으로 중동사 정리
이 책은 유사 이래 수천 년 동안 동서양이 서로 교류하고 충돌하는 요충지로 복잡한 역사를 간직한 중동 지역을 ‘중동 문명권’이라는 하나의 완전체로 다루면서 세계사의 통합적 이해를 시도한다. 중동이 유럽 문명권이나 아시아 문명권의 변방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출발지이자, 동서양을 연결하는 세계사의 중심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즉 중동의 역사야말로 서양사와 동양사를 엮어 세계사를 완성하는 결정적 퍼즐 조각인 셈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낯선 중동 세계를 고대사부터 시작해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쉽게 설명하는 색다른 중동사이자 세계사인 셈이다. 중동의 역사를 외면한 채 동서양의 역사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더구나 세계사는 서로 단절된 역사의 꿰맞추기에 불과할 뿐이다.
6,000년의 세월이 지속된 중동 세계는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출발지로 오랜 역사가 축적된 지역이다. 큰 강의 습지에서 시작한 농경문화는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고도로 성숙한 문명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기원전 3,000년경부터 수메르를 비롯해 바빌로니아, 페니키아, 이집트, 이스라엘 등 고대국가가 잇달아 출현했다. 이어 기원전 7세기경에는 아시리아라는 통일국가가 등장해 대제국으로 발전했다.
큰 강 주변에 정착한 농경민과 사막과 산악 지대를 오가는 유목민의 끊임없는 충돌과 교류는 중동 지역의 역사가 간직한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그리고 3대 대륙을 연결하는 광범위한 상업권, 단단한 결속력, 세계 종교로 뿌리내린 이슬람교의 보급 등 일반적인 통사적 역사 서술로는 중동사를 설명하거나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고대 중동에서는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뿌리인 유대교와 조로아스터교가 생겨났고, 그리고 서양 문명의 뿌리인 그리스·로마 문명도 오리엔트 문화의 토양에서 발아해 활짝 꽃을 피웠다. 이후 동유럽의 비잔틴제국이 중동 지역에 진출해 유라시아의 실크로드와 지중해 상권을 연결하는 교역에 앞장서면서 유럽 상업의 발달에 이바지했다. 그리고 11세기 말부터 200년에 걸친 십자군 원정은 비잔틴제국의 몰락과 유럽의 르네상스 운동을 일으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중동과 이슬람 세계를 하나의 문명권으로 설정하고, 역사적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중동을 구성하는 주요 민족인 이란인, 아랍인, 투르크인이라는 3개의 축으로 정리해 복잡한 민족 구성을 단순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