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대신 건네는 자리 한 칸에 대하여
누군가의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은 조용하다.
큰 소리로 우는 것도 아니고, 크게 흔들리는 것도 아니다.
그저, 예전처럼 숨을 쉬고 있지만
숨이 조금 더 무겁게 가라앉는 기척으로 찾아온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머뭇거리곤 한다.
“괜찮아?”
“힘들지?”
“말해도 돼.”
그 말들이 모두 좋은 마음에서 온 것임을 알면서도
가끔은 말들이 너무 크다.
마음이 겨우 자기 한 몸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그 말들은 마치 스스로의 상태를 확인하고 증명하라는 요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 안의 무너진 조각들을 급히 숨기고 괜찮은 척하고 미소 짓는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괜찮지 않은 날이 있다는 것을.
괜찮지 않다는 말조차 쉽지 않은 날들이 있다는 것을.
그럴 때 필요한 건 크고 정확한 말이 아니다.
그저, 조용히 곁에 앉아 같은 방향으로 숨을 쉬어주는 사람.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괜찮다는 말 대신
그저“여기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
말보다
자리를 내어주는 마음.
그 마음이 누군가의 세상을 다시 이어 붙이기도 한다.
이 에세이는
누군가를‘고쳐주려는’ 마음이 아니라,
함께 머물겠다는 마음에 대한 기록이다.
당신 곁에도
부서지는 하루가 문득 찾아온 적이 있을 것이다.
그때, 누군가가 말 대신
자리와 어깨를 내어주었기를.
그리고 당신 역시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그 조용한 따뜻함으로 머물 수 있기를.
우리는 서로를 구원하지 못한다.
하지만,
서로를 지탱할 수는 있다.
이 책은
그 작은 지탱에 관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