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들이 가르쳐준, 나답게 산다는 것
어쩌다 보니, 나는 늘 ‘사이’에 서 있는 사람이 되었다. 회사원과 프리랜서, 한국과 외국이란 경계를 오가면서, 나는 조금 느리게, 하지만 분명하게 하나씩 배워왔다.
이 책은 그런 시간들에 대한 기록이다. 회사를 떠나 어학연수차 머무르던 상하이에서 만난 취준생들, 국경을 건너 싱가포르에 살며 바라본 이방인의 풍경, 그곳에서 마주친 각자의 사연을 지닌 얼굴들, 그리고 짐과 인맥과 직함을 하나씩 내려놓고 나서야 또렷해진, ‘그래도 끝까지 지키고 싶은 나’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우리는 종종, 지금 서 있는 자리가 전부라고 믿는다. 그래서 조금만 흔들려도 쉽게 불안해지고, 남들이 정해놓은 ‘정답’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깎아내린다. 하지만 경계를 넘어 타지에서 살아보면 알게 된다. 결국 어디에 있든, 남는 것은 거창한 커리어나 화려한 이력이 아니라 작은 친절을 기억하는 마음, 나를 너무 미워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그래도 오늘만큼은 성실하게 살아보았다”는 조용한 자존감이라는 것을.
이 책은 국경 너머에서 써내려간 한 이방인의 일기이자, 익숙한 자리에서 조용히 벗어나보려는 이들을 위한 응원의 메세지이다. 인생은 어차피 어떻게든 흘러가지만, 그 흐름 속에서 한 번쯤은 스스로 선택해 넘어가는 ‘경계’가 우리를 조금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든다. 지금의 자리가 버겁게 느껴질 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지만 막상 발을 떼기가 두려운 날들에, 이 책이 “그래도 괜찮다고, 그렇게라도 살아보려 했던 시간이 분명 의미가 있다”고 조용히 등을 토닥여주는 동행이 되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