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서울의 도심은 떼까마귀에게 점령당한 전신주의 전선처럼 시커먼 복장의 퀵서비스 오토바이에 점령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퀵서비스 수요의 폭발적 증가에 따른 현상이었는데 정확히는 그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는 퀵서비스맨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퀵서비스맨들의 증가는 강남에서 종로까지 서류 하나를 배달하는 단가를 3천원까지 떨어뜨렸습니다. 그 결과 경쟁은 날로 치열해졌고 최저 수입을 맞추려는 과도한 운행으로 거리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고의 횟수나 강도가 정부에서 보더라도 간관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결국 칼을 빼들었고 퀵서비스 업종은 하루 아침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여기에는 일체의 책임은 지지 않고 돈을 벌겠다는 퀵서비스 업체의 비양심이 가장 큰 원인이었고 그러한 현상을 방조한 정부의 책임도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쨌든 정부의 조처에 하루아침에 거리에서 사라져버린 퀵서비스맨들의 기억은 이제 빛바랜 기억 속의 풍경으로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당시 저자는 당시 퀵서비스 업체를 차리기 위해 직접 현장일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목적은 일 년을 못가고 접게 되었습니다.
당시 퀵서비스 업계의 관행적 구조는 사람이 사람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저 오토바이의 부품 하나로 인식되고 취급받는 상태였습니다.
하루에도 몇 명씩 죽거나 다쳐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고 퀵서비스 업체의 사장은 사고가 난 배달원의 전화번호를 삭제부터 하는 일이 당연시 될 지경이었습니다.
저자는 그러한 당시의 상황에 크게 당황하고 분노하였고 이를 알리고 개선하려는 나름의 몸짓을 하게 되었습니다.
각종 게시판과 사이트를 통해 개선의 필요성을 알려 나갔고 그 일의 일환으로 퀵서비스맨들의 이야기를 단편 소설로 엮어 한 편씩 연재를 하였습니다.
물론 당시의 사회적 여론이 더 이상 퀵서비스업계를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탓이기는 했지만 민노총에서 저의 단편 소설을 출간해 보자는 제안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책이 출간 되기 전 법이 개정되고 퀵서비스 업계의 사장들이 대거 폐업을 하면서 퀵서비스 업을 사실상 사라지게 된 것이죠.
저는 당시 이들 퀵서비스맨이 되어 직접 일을 하면서 이들과 깊은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밑바닥에 두툼하게 깔려 있는 그냥, 우리의 이웃일 뿐인 그들과 울고, 웃으면서 참 많은 일을 겪고 보고 느꼈던 겁니다.
당시 책으로 출간되지는 못했지만 이 소설은 그들의 생생한 삶이자 역사의 한 페이지 기록으로 남겨질 가치가 있다 생각되어 이렇게 전자책으로 출간하게 되었음을 밝힙니다.(끝)
추신) 본 단편집에 실린 단편소설 중 일부는 다른 소설집에 실린 경우가 있습니다. 증보, 개정에 의한 것과 분야별로 단편소설집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일부 실린 점을 고지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