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록은 잘 살아내기 위한 다짐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용기를 증명하기 위해 쓰는 글도 아니었다. 오히려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을 때, 내가 아직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 오늘의 통증, 오늘의 두려움, 오늘의 무기력,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끝났다는 사실을 붙잡고 싶었다. 기록하지 않으면 이 시간들이 모두 사라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항암 50일은 결코 하나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조금 나아진 것 같다 가도 다시 주저앉는 날이 있었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지나간 하루 뒤에 더 깊은 피로가 찾아오기도 했다. 울었던 날과 울지 못했던 날이 섞여 있었고, 희망을 말할 수 있었던 날과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던 날이 교차했다. 이 책에 담긴 시간들은 그렇게 불규칙하고 솔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