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트레인의 비밀』
1920년대, 유럽 사교계의 꽃들은 겨울이면 따스한 햇살을 찾아 프랑스 리비에라로 향했다. 파리에서 출발해 지중해 연안의 니스까지 달리는 호화 침대열차 '블루 트레인'은 그들의 사랑과 야망, 그리고 은밀한 비밀을 싣고 밤새 남쪽으로 내달렸다.
미국의 철도 재벌 루퍼스 밴 앨딘은 사랑하는 외동딸 루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루비 '불의 심장'을 선물한다. 그러나 불행한 결혼 생활에 지친 루스는 남편 데릭 케터링과의 이혼을 결심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블루 트레인에 오른다. 그녀의 객실에는 전설적인 루비가 함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리옹 역을 지난 열차 안에서 루스 케터링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훼손되었고, 보석은 사라졌다. 과연 범인은 냉랭한 관계였던 남편 데릭인가, 아니면 사건 당일 밤 열차에 함께 탔던 의문의 백작인가. 루비를 노린 국제적인 보석 도둑 조직의 소행인가, 아니면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이 범죄의 배후에 있는 것인가.
우연히 같은 열차에 탑승했던 벨기에 출신의 명탐정 에르퀼 푸아로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화려한 리비에라를 배경으로 상류 사회의 허영과 탐욕, 사랑과 배신이 얽힌 복잡한 인간관계가 하나씩 드러난다. 푸아로의 회색 뇌세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진실을 향해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다가간다.
한편 이 소설에는 잉글랜드 시골 마을에서 평범하게 살아온 캐서린 그레이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오랫동안 병든 노부인의 말벗으로 지내던 그녀는 뜻밖의 유산을 상속받고 생애 처음으로 자유를 얻는다. 새로운 세상을 향해 블루 트레인에 오른 캐서린은 살인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자신도 몰랐던 내면의 힘을 발견하게 된다. 푸아로의 날카로운 추리와 더불어, 조용하지만 강인한 캐서린의 시선은 이 작품에 또 다른 깊이를 더한다.
『블루 트레인의 비밀』은 아가사 크리스티가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던 1928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어머니의 죽음과 첫 번째 결혼의 파탄을 겪은 직후 완성한 이 소설에 대해 크리스티 본인은 훗날 만족스럽지 않다고 회고했지만, 독자들의 평가는 달랐다. 지중해의 눈부신 풍광, 1920년대 유럽 상류층의 화려하고도 퇴폐적인 분위기,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정교한 플롯은 크리스티 특유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블루 트레인의 객실 문이 닫히는 순간, 독자는 추리소설의 여왕이 펼치는 완벽한 미스터리의 세계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