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13층 오피스텔, 빚더미에 눌린 혜정의 무거운 발소리가 은둔 중인 천재 작곡가 현의 멈춘 영감을 깨운다. 현은 벽 너머 들리는 그녀의 리듬을 훔쳐 악보에 담지만, 정체를 알 리 없는 혜정은 옆집 남자의 집요한 시선에 숨 막히는 공포를 느낀다. 두 사람의 오해는 빗속의 충돌과 경찰서 연행이라는 파국으로 치닫고, 그곳에서 "당신 발소리가 내겐 유일한 음악이었다"는 현의 고백이 시작된다.
겨우 마음을 맞추나 싶을 때 혜정의 삶이 다시 무너지고, 그녀는 현의 앞날을 위해 장대비 속으로 흔적 없이 사라진다. 절망에 빠진 현은 오직 그녀만이 알아챌 수 있는 선율을 온 세상에 뿌리며, 수많은 인파 속에서 혜정만의 발소리 진동을 기적처럼 찾아내 다시 손을 맞잡는다. 이제 두 사람은 도망치는 대신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차가운 세상에 맞서 그들만의 당당한 행진을 시작한다.
아버지가 남긴 유품에서 진동 알고리즘을 발견한 두 사람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치유의 공연을 성공시킨다. 혜정의 고단했던 발자국은 이제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울림이 되고, 현은 그녀와의 완벽한 화음 속에 안착하며 오랜 방황을 끝낸다. 라벤더 향기 가득한 언덕에 자신들만의 숲을 일군 두 사람은 서로의 심장 박동을 닮은 반지를 나누며, 영원히 멈추지 않을 인생의 교향곡을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