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성이성의 고손 성섭(1718~1788)이 쓴
필원산어에 나오는 글이다.
나의 고조가 암행어사로 호남지방에 갔을 때 암행하여 한곳에 이르니 호남 열두 고을의 수령들이 크게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 한낮에 암행어사가 걸인 모양으로 음식을 청했다. 수령들이 취해서 잠시 자리를 내어주고 푸성귀로 대충 음식을 내어놓았다. 수령들이 말했다. “객이 능히 시를 지을 줄 안다면 이 자리에 종일 있으면서 술과 음식을 마음껏 먹어도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속히 돌아감만 못하리라.” 어사가 운자를 청하니 기름고膏와 높을고高자였다. 바로 종이 한 장을 청하여 시를 썼다. “술독에 아름다운 술은 천 사람의 피요/ 소반 위의 기름진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 노래 소리 높은 곳에 원성 소리 높더라.”라고 쓰기를 마치고 바로 나갔다. 여러 관리가 돌려가며 보고는 의아해할 때 서리가 ‘암행어사 출두요.’를 외치며 달려 들이닥쳤다. 수령들은 일시에 모두 흩어졌다. 열두 고을 수령들은 당일에 파출시킨 자가 여섯이고 나머지 여섯은 서계에 이름이 들어갔다.…
- 필원산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