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남강의 봄은 여전히 흙냄새와 물비린내가 뒤섞여 있었다.
강의 뚝방에는 여전히 봄이면 쑥이 올라오고 여름이면 소 먹이는 곁을 뛰어다니던 아이들은 어느새 국민학교 3학년이 되어 있었다. 짧은 바지에 먼지를 묻히며 놀던 시절은 그대로였지만, 마음속 어딘가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라는 기척이 조용히 스며드는 나이가 되었다.
아이들의 세상은 조금씩 넓어졌고, 그들의 눈은 그 넓이에 맞춰 더 멀리 향하기 시작했다. 남강을 따라 뛰놀던 친구들은 그 사이에 은근히 서로를 의식하기도 하고, 부모의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기도 하며,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서툴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서로를 지켜보며 웃고, 다투고, 이해하지 못한 채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그렇게 작은 다툼과 화해 속에서 싹트는 우정은 어느새 그들의 하루를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직 서툴지만 첫사랑의 조그만 흔적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손끝이 스치거나,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 더 오래 머물렀을 때, 그들은 처음으로 설렘을 느꼈다. 말없이 함께 강가를 걷고, 같은 꿈을 이야기하며, 서로의 비밀을 조금씩 나누는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우정과 사랑이 서로를 닮아 가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언제나 가난했고, 불안하고 눈물이 모두 뒤섞이는 70년대 중반의 한국을 아이들은 묵묵히 살아간다. 조금은 여유가 생겨 집집마다 작은 흑백 TV의 불빛이 밤을 대신했다. 1979년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국민학교에서 중학교로, 아이에서 청소년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키가 자랐고, 목소리가 달라졌으며,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도 변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매일 유유히 흐르던 남강의 물줄기와 그 강을 사이에 두고 함께 자라난 이들의 우정과 첫사랑, 그리고 성장의 기억이 있다. 이 이야기는 그 시절, 남강을 배경으로 인생의 첫 변곡점을 맞이하던 한 세대의 기록이다. 꿈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몰랐던 아이들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기 시작하던 여정이다. 1973년에서 1979년까지, 일곱 해 동안의 작은 파동들과 그 파동이 훗날 어떤 큰 흐름을 만들어 냈는지 이제부터 그 이야기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