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거창한 선언이 아닙니다. 그저 제 삶의 결에서 흘러나온 작은 기록들입니다. 어떤 시는 고향의 그리움에서 태어났고 어떤 시는 오래된 추억 속에서 불쑥 깨어났으며, 또 어떤 시는 스쳐 간 풍경과 바람 속에서 우연히 피어난 메아리 같은 글입니다. 그것들은 때로는 눈물의 흔적이고 때로는 추억의 그림자이며 결국은 제가 살아온 삶의 자취였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나무 그늘에 앉아 있었습니다. 하루의 무게에 지쳐 숨 고르듯 앉았을 때마다 나무는 아무 말 없이 저를 받아 주었습니다. 햇살을 품어 잎 피우고 바람에 몸 맡기며 그늘 하나를 세상에 드리우는 나무. 그 나무 앞에서 제 마음을 비쳐 보았고 침묵 속에서 제 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무 그늘은 제게 쉼이 되었고, 묵묵히 삶을 비추는 은유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