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에, 시 한 켠』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있습니다.
불은 껐는데 손은 밝고,
아무 알림도 없는데 생각은 먼저 깨어 있는 밤.
이 시집은
그 밤을 해결하려 하지 않습니다.
재우거나, 설명하거나, 다독이지 않습니다.
대신 그 밤이 지나가고 있는 하나의 상태임을
조용히 바라봅니다.
『잠 못 드는 밤에, 시 한 켠』은
불면의 원인을 묻는 시집도,
위로의 문장을 앞세우는 책도 아닙니다.
잠들지 못한 시간을
성공과 실패의 언어로 나누지 않고
그대로 두는 시집입니다.
첫 시집 『편의점 앞 캔맥주 한 잔』에서
시인 한켠이 하루를 버텨낸 뒤의
짧은 숨 고르는 순간을 기록했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그 이후의 시간,
잠들지 못한 밤의 길이와 밀도에 머뭅니다.
스마트폰 화면이 꺼지지 않는 밤,
새벽에 더 무거워지는 뉴스,
댓글보다 오래 남는 생각,
몸이 먼저 아픈 시간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의 끝.
이 시집의 밤은
특별한 사건으로 채워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독자의 밤과 닮아 있습니다.
특히 후반부에서 시인은
나이 든다는 것을
설명이나 변명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느려졌지만 더 정확해진 감각,
무리하지 않기로 선택한 용기,
늙음이 실패가 아니라
하나의 다른 리듬이라는 사실을
담담하게 남깁니다.
이 책은
잠을 재우기 위한 책이 아닙니다.
불을 끄기 전,
조금 더 깨어 있어도 괜찮았던 밤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해주는 기록입니다.
오늘도 잠이 오지 않는다면,
이 시집을 끝까지 읽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몇 편만 읽고 덮어도,
그 밤은 이미 충분히 지나가고 있을 테니까요.
『잠 못 드는 밤에, 시 한 켠』은
잠들지 못한 수많은 밤을 위한
가장 조용하고 품위 있는 시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