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 문!’ 이 대목이 궁금하여 미룰 수 없었다. 〈귀 없는 호이치〉를 펼쳐 가장 먼저 그 페이지를 찾아보았다. 고이즈미 야쿠모가 ‘문 열어!’는 강렬함이 덜하다 하여 고심 끝에 ‘열어! 문!’으로 바꾸었다는 대목이다. 작가는 느낌표 하나를 생각했을는지 모르지만, 왠지 강렬함이 덜할 것 같아 나는 고심 끝에 느낌표를 두 개로 했다. 또, 고이즈미 부부가 ‘호이치, 호이치’ ‘네, 저는 눈이 안 보입니다. 누구세요?’ 하고 장난을 쳤던 장면도 과연 그대로였다. 아내 세츠코의 회상기에 나오는, 고이즈미 야쿠모가 호이치 이야기를 쓸 때의 풍경이다. 이러한 에피소드를 알고 글을 읽으면 그 즐거움이 한층 배가된다. 그러나 항상 즐거움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두어 해 전 아카마신궁을 다녀온 적이 있다. 단노우라 전투를 떠올리며 감상에 젖기도 했다. 안토쿠 천황을 안고 있는 니이노아마 상도 보았다. 비파 법사 호이치 이야기를 아직 몰랐을 때였다. 아, 고개만 살짝 돌리면 〈귀 없는 호이치당〉이 있었던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