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형태의 짧은 생애 설계는 한 사람의 인생을 한눈에 펼쳐 보게 하는 힘을 지닌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할 때 지도와 나침반이 필요하듯이, 백 년에 이르는 삶의 시간을 살아가는 데에도 아무런 방향 표식 없이 길을 나서는 것보다는 삶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틀이 있을 때 훨씬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생애설계 그림책은 미래를 미리 결정하거나 삶을 통제하려는 도구가 아니라, 이미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걸어갈 시간을 함께 바라보게 하는 하나의 지도이자 나침반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삶의 굴곡과 전환을 두려움보다 이해로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인생의 여정을 이어 갈 수 있는 내적 여유를 얻게 된다. 다시 말해서 삶의 방향감각을 기르자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30여 년간 독서치료 현장에서 수많은 참여자들과 함께 생애설계 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나 또한 회고록 형식을 포함해 다섯 권의 그림책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손에서 태어난 그림책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오래도록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 책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과 마음이 한 권의 형태로 응답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여러 해가 지난 뒤 다시 만난 이들 가운데는 여전히 그 그림책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조용히 귀띔해 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말은 한 번 만들어진 생애설계 그림책이 추억으로 닫히지 않고, 삶과 함께 계속 살아 움직이는 동반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독자들이 자신만의 생애설계 그림책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 책은 구체적인 지침과 실제 사례를 함께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집필되었다. 이 책에 실린 글과 그림들은 평가하거나 다듬기 위해 선별된 결과물이 아니라, 작업이 이루어진 당시의 모습 그대로를 담은 기록이다. 더하거나 빼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록함으로써, 생애설계 그림책이 완성도를 겨루는 작품이 아니라 삶의 과정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매체임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러한 선택은 독자들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꾸미거나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펼쳐 놓아도 괜찮다는 조용한 허락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날 것 그대로 자신의 작품을 공개하기로 용기를 내 준 참여자들께 감사드린다.
이 책은 1장에서 생애설계 그림책 만들기 지침을, 2장에서는 실제 작품을 소개한다. 그리고 마지막 3장에서는 독자들이 자신만의 책을 설계해볼 수 있도록 가장 단순한 형태의 워크북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