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일흔일곱, 이제야 비로소 인생의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인생을 울트라 마라톤에 비유하곤 합니다. 앞만 보고 달리고, 남들보다 한 걸음이라도 더 빨리 결승선에 도착해야 성공한 삶이라 믿습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77년이라는 긴 세월 중 절반 이상을 직선의 삶을 꿈꾸며 질주했습니다. 가파른 오르막을 만나면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도 멈추지 않았고, 내 앞에 놓인 장애물은 오직 치워야 할 걸림돌로만 여겼습니다.
하지만 일흔일곱 해의 모퉁이를 돌아선 지금, 고백하건대 제 인생을 완성한 것은 시원하게 뻗은 탄탄대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길을 잃고 헤매던 굽이진 골목길, 내 얼굴에 침을 뱉는 듯한 수치스러운 순간들, 그리고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던 무거운 십자가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모험가로 불리는 콜럼버스를 떠올려 봅니다. 그는 지도가 없는 바다로 배를 띄웠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수평선 끝에 낭떠러지가 있다고 믿었지만, 그는 '알 수 없는 내일'이라는 리스크를 기꺼이 짊어지고 닻을 올렸습니다.
폭풍우라는 시련과 선원들의 불신이라는 파도를 견뎌낸 끝에 그가 마주한 것은 황금이 아닌, 인류의 지평을 넓힌 **'신대륙'**이었습니다.
우리의 인생 항해도 이와 같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인생의 곡선은 가장 많은 굴곡을 가진 사람의 것이라는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그 굽은 길에서 마주한 리스크들이야말로 제 영혼의 무늬가 되었고 깊이가 되었습니다.
시련은 저를 멈춰 세웠지만, 그 멈춤의 시간 동안 저는 비로소 길가의 들꽃을 보았고 곁에 있는 사람의 온기를 느꼈습니다. 리스크(Risk)란 어쩌면 우리가 신대륙에 닿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가장 고귀한 통행료일지도 모릅니다.
인생의 곡선, 그 굽은 길 위에서 건져 올린 것들 이 책은 단순히 '오래 살았으니 들어보라'는 식의 훈계가 아닙니다. 제가 몸소 겪으며 깨달은 인생의 **기·승·전·합(起·承·轉·合)**에 대한 진솔한 고백이자 성찰의 기록입니다.
기(起): 타인이 내 얼굴에 침을 뱉어도 스스로 마를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타면자건(唾面自乾)'의 인내를 통해 삶의 기초를 세우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승(承): 콜럼버스가 산타마리아호를 몰고 거친 파도에 맞섰듯, 마음이 청춘이면 몸도 청춘이라는 믿음으로 77세에도 여전히 미래라는 리스크를 향해 발을 내딛는 역동적인 과정을 담았습니다.
전(轉): 효도가 계약서가 되고 마음이 멀어지는 서글픈 세상이지만, 관계의 갈등 속에서 결국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존중의 선'을 지키는 조건 없는 관용과 배려임을 찾아냈습니다.
합(合): 그리고 알렉산더 대왕처럼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야 할 우리에게, 죽음 너머 남겨질 유산은 물질이 아닌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라는 정신적 가치라는 사실을 정립했습니다.
77년을 살아보니 인생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116세 할머니가 남긴
뒤늦은 후회처럼, 이제 당신은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합니다. 남의 눈치를 보느라 억눌렀던 당신의 '자유로운 아이(FC)' 자아를 깨워보십시오. 어차피 우리는 모두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떠나는 여행자입니다.
콜럼버스가 마주한 가장 큰 리스크는 거친 파도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항구에 머물러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쯤, 당신이 지고 있는 그 무거운 십자가가 사실은 당신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끄는 선물이자 축복이었음을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인생의 가을을 지나는 저의 기록이, 이제 막 꽃을 피우려는 봄꽃 같은 당신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인생이라는 위대한 연극의 막은 아직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오늘 당신의 무대는 어제보다 더 눈부실 것이며, 당신의 신대륙은 지금 바로 당신의 발밑에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2026년 01월
일흔일곱의 길목에서 인생의 곡선을 사랑하게 된 한 항해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