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출애굽기를 두 번 묵상한 것을 엮은 책입니다.
같은 본문 말씀을, 다른 시간에서 다시 묵상한 흔적입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기록해 왔습니다. 이 책은 그 시간들 가운데 출애굽기 1장부터 40장까지를 두 차례에 걸쳐 묵상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고, 이 묵상은 설명이라기보다 고백에 가깝습니다.
이 묵상집은 성경을 해설하려는 책이 아닙니다. 깊은 주해나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기보다, 말씀 앞에 서 있었던 한 사람의 시선을 기록한 책입니다. 하루 한 본문을 읽으며 오래 붙잡기보다, 잠시 멈추어 서는 시간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이 책은 성경을 매일 읽고 싶지만 부담을 느끼는 이들에게도 열려 있습니다. 묵상을 시작했다가 멈춘 경험이 있는 사람, 설교보다 조용히 말씀을 마주하고 싶은 사람, 신앙의 속도를 다시 조절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천천히 읽을 수 있는 자리를 내어줍니다. 모든 날의 묵상을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어떤 날은 한 문장만 남아도 충분하고, 어떤 날은 질문 하나로 끝나도 괜찮기 때문입니다.
출애굽기는 해방의 이야기로 알려져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하나님이 들으시고, 부르시는 이야기입니다. 억압 속에서 부르짖는 백성의 소리를 하나님이 들으시고, 한 사람을 부르시며, 그 부르심을 통해 길을 여시는 말씀이 출애굽기입니다.
이 책은 자유를 얻는 장면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홍해를 건넌 이후에도 백성은 흔들리고, 원망하고,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출애굽기는 구원 이후의 삶이 얼마나 많은 기다림과 훈련을 필요로 하는지를 숨기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단번에 완성시키기보다, 광야의 시간을 함께 지나시며 백성을 빚어 가십니다.
이 묵상집이 누군가에게는 얽매인 자리에서 하나님을 다시 부르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또 누군가에게는 이미 주어진 자유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다시 묻게 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상황이 곧바로 바뀌지 않더라도, 말씀 앞에 서는 자리만은 조금 달라지기를 소망합니다.
말씀은 오늘도 우리를 부르시고,
우리는 다시 그 부르심 앞에 설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