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사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내 삶의 여러 시기와 장소 —한국의 목회 현장, 빈민촌 개척교회, 그리고 필리핀 바토바토의 작은 마을—를 통해 오래전부터 예비하신 부르심의 흐름이었다. 그 여정을 걸어오며 나는 한 가지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다. 선교는 내
가 무엇을 계획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미 준비해 놓으신 자리로 순종하며 걸어가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에서의 목회 6년은 사람을 세우는 일의 엄중함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필리핀에서의 10년은 복음이 낯선 문화 속에 뿌리내릴 때 어떤 지 각변동이 일어나는지를 목격한 시간이었다.
영국에서의 연구는 세계 선교의 거대한 지형도를 조망하게 한 통찰의 순간이었고, 보스턴에서의 사역은 하나님께서 필리핀을 넘어 새로운 지평으로 나를 부르신다는 확신을 선명하게 했다. 제 사역의 모든 시기는 각기 다른 모양을 하고 있었지만, 결국 하나의 선명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그것은 곧 ‘하나님의 꿈(Missio Dei)’, 즉 하나님께서 열방 가운데 이루어 가시는 구원의 역사에 나의 작은 삶을 접속시키는 은혜의 여정이었다.
제1부에서는 바로 이 여정, 내가 직접 경험한 선교의 자리에서 하나님께서 어떻게 자립(자립), 자치(자치), 자전(자전)의 원리를 완성해 가셨는지를 돌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