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독서치료 어떻게 할 것인가, 학지사》를 펴낸 지 어느덧 이십 년이 흘렀다. 그 책은 당시 한국 사회에서 ‘독서치료’라는 말조차 낯설던 시기에, 책을 통한 치유와 성찰의 길을 열고자 했던 일종의 선언문이었다. 심리상담과 교육의 경계에서 문학과 언어의 힘을 임상적 실천으로 번역하려는 시도였으며, 정보적·상호작용적·표현적 독서치료라는 세 유형의 틀 속에서 프로그램 설계와 운영의 실제를 구체화한 현장 지침서였다. 그 시도는 이후 수많은 교육자와 상담자, 사서, 그리고 독서치료 촉진자들의 손에서 살아 움직이며 현장의 언어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나는 점점 더 깊이 깨닫게 되었다. 독서치료의 본질은 단순히 ‘책을 통해 변화를 이끄는 방법’이 아니라, 언어를 통해 존재를 회복하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언어는 표현의 도구일 뿐만 아니라, 기억을 녹이고 감정을 흐르게 하며 의미와 관계를 다시 빚어내는 살아 있는 용매이다. 이 깨달음은 독서치료를 심리학적 실천에서 인문학적 탐구로 이끌었다. 인간을 언어적 실존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독서행위는 더 이상 단순한 이해 활동이 아니라 자기 존재를 새롭게 써 내려가는 실존적 행위가 된다.
이 책 《실존적 독서치료》는 그러한 전환의 결실이다. 나는 독서치료의 토대를 철학적·실존적 차원으로 확장하고자 했다. 기억(記)·감정(感)·의미(意)·관계(關)·실존(實)·언어(言)의 여섯 요소가 서로 녹아들며 순환하는 구조 속에서 인간의 치유와 성장은 이루어진다. 또한 언어와 독서행동, 독서공동체, 촉진매체가 서로를 비추며 작동하는 치유적 장을 제시했다. 2006년판이 ‘무엇을 할 것인가’의 단계에서 출발했다면, 이번 2026년판은 ‘왜, 그리고 어떻게 존재를 회복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으로 나아간 책이다.
이 책은 또 하나의 독서치료 개론서를 더하려는 의도로 쓰인 것이 아니다. 이미 훌륭한 입문서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독서치료를 만난 지 근 30년, 초판을 펴낸 이후에도 20년의 세월 동안 나는 현장의 경험을 언어로 남기고자 했다. 따라서 이 책은 학문적 요약서라기보다 나의 실천적 탐구 기록이며, 언어와 독서의 만남 속에서 축적된 삶의 보고서라 할 수 있다.
독서치료를 여러 치유 매체들과 비교하면서 자리 매김을 하는 가운데 치료의 원리와 전략, 방법을 차례대로 기술해 나갈 것이다. 이 책을 마중물 삼아 독자들께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성장과 치유의 무늬를 그려 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