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사랑을 설명하지 않았다〉
부제: 말보다 먼저 버텼던 사람의 기록
이 책은 아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다만 특정한 한 사람의 영웅담이 아니라, 누구의 집에나 조용히 있었던 아빠의 결을 따라가는 기록입니다. 사랑을 설명하지 않았지만 사랑을 먼저 해내던 사람의 방식이, 이 책의 중심에 있습니다.
아빠는 말로 마음을 증명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사랑한다”라는 문장 대신, 당신이 넘어지지 않게 바닥을 먼저 닦아 두는 사람입니다. 위험을 먼저 보고, 부족할 것을 먼저 채우고, 소란이 나기 전에 문제를 정리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화려한 고백 대신, 말보다 먼저 서 있던 등으로 시작됩니다.
당신은 아빠의 침묵을 서운해한 적이 있습니다. 칭찬 대신 고개 한 번, 위로 대신 “괜찮다” 한마디가 전부였던 날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당신이 책임 앞에 서기 시작하면, 그 짧은 말들이 얼마나 단단한 안전장치였는지 알게 됩니다. 이 책은 그 늦게 도착한 이해를 한 장면씩 꺼내 보여 드리는 책입니다.
목차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 서사적으로 이어집니다. 어린 시절 아빠가 ‘앞에 있었던’ 순간에서 시작해, 사춘기의 거리와 오해를 지나, 서른에 다시 되돌아오는 아빠의 문장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아빠의 사랑이 결국 행동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아빠의 약해진 등을 마주하고, ‘말하지 못한 말들’과 ‘남겨진 물건들’을 통해 마음의 결을 더 깊게 읽게 됩니다. 마지막에는 당신이 그 자리로 이동하며, 아빠처럼 서고, 지키고, 안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이 책은 아빠를 미화하지 않습니다. 대신 아빠가 왜 그렇게 살았는지, 어떤 마음으로 버텼는지, 말하지 않은 채로 무엇을 남겼는지 차분하게 따라갑니다. 그래서 읽는 동안 감정이 과하게 흔들리기보다, 조용히 오래 남는 울림으로 이어집니다. 당신의 기억과 겹치는 장면이 나타날 때마다, 이 책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신의 이야기로 바뀌게 됩니다.
이 책이 드리는 것은 거창한 결론이 아닙니다. 한 번만 더 묻는 용기입니다. 한 번만 더 안는 선택입니다. 고맙다는 말이 어렵다면 “수고했습니다”로 시작해도 된다는 안내입니다. 미안하다는 말이 늦어졌다면, 지금부터라도 관계의 방향을 다시 잡을 수 있다는 확신입니다. 당신이 아빠를 이해하는 과정이 결국 당신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는 사실도 함께 전해집니다.
아빠는 사랑을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살아가는 방식 곳곳에, 이미 그 사랑이 놓여 있었습니다. 이 책은 그 놓여 있던 사랑을 하나씩 주워 담아, 당신의 오늘에 다시 건네는 책입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뒤에도, 당신이 ‘한 번만 더’라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