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라는 주제를 이토록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이 또 있을까. 1886년 발표된 레오 톨스토이의 중편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Смерть Ивана Ильича)』은 죽음과 임종이라는 주제를 다룬 세계 문학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단 백여 페이지 남짓한 분량 안에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어, 발표된 지 한 세기가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독자들의 마음을 흔든다.
이 작품은 톨스토이 후기 문학의 대표작이자 심리적 사실주의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힌다. 『전쟁과 평화』나 『안나 카레니나』처럼 방대한 서사시적 작품들과는 다른 결을 지닌 이 소설은, 오히려 그 압축된 형식 안에서 더욱 강렬한 울림을 전달한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톨스토이가 1870년대 후반 종교적 회심을 경험한 직후에 쓰여진 후기 소설의 걸작이다. 이 작품을 이해하려면 먼저 톨스토이가 겪은 극적인 영적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안나 카레니나』를 완성한 1877년 이후, 톨스토이는 심오한 영적 위기를 겪었고, 이 기간 동안 단 한 편의 소설도 쓰지 않았다. 무려 9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그는 소설 대신 성서 연구와 신학적 저술에 몰두했다.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한 것이 자신의 우울증의 주된 원인이었다고 톨스토이는 고백했다.
이 영적 위기의 시기에 톨스토이는 러시아 정교회, 성(sexuality), 교육, 농노제 등 기존의 모든 가치 체계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무학의 농민들에게서 삶의 의미에 대한 명확한 관념을 발견했다.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신앙에서 비롯된 비합리적 지식이 그들을 절망과 고통에서 구원하고 삶에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다.
1885년에서 1886년 사이, 톨스토이의 삶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이 시기에 톨스토이의 가정에 죽음이 찾아왔고, 톨스토이 자신도 심각한 병을 앓았다. 1885년 12월, 그는 친구에게 보내지 않은 편지에 이렇게 썼다. "나는 아마도 내 인생의 마지막 시간들을 살고 있습니다. 그것도 형편없이 — 슬프고 주위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면서요."
이 작품의 실제 모델은 1881년 7월에 사망한 툴라 지방 법원의 검사였던 이반 일리치 메치니코프라는 인물이다. 톨스토이는 그의 동생으로부터 형의 죽음에 대해 전해 듣고, 이 선량하고 자비로운 사람의 죽음을 작품으로 형상화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