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흐르는 보랏빛 눈물과 지게 소리
안녕, 어린이 친구들!
오늘 선생님이 들려줄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 우리 땅 강원도 영월의 깊은 골짜기에서 일어난 마법 같은 실화예요. 혹시 밤하늘을 보다가 유난히 반짝이며 슬픈 빛을 내는 별을 본 적이 있나요?
사람들은 그 별이 아주 어린 나이에 하늘나라로 떠난 소년 임금님, 단종의 마음이라고들 말한답니다.
여러분이 열일곱 살 형, 오빠가 되었을 때를 상상해 보세요. 가장 하고 싶은 게 많고 꿈이 많을 나이였지만, 이 소년 임금님은 무시무시한 욕심을 가진 삼촌에게 왕의 자리도, 사랑하는 가족도 모두 빼앗기고 말았어요. 그리고 아무도 아는 사람 없는 차가운 영월 땅으로 쫓겨나고 말았지요.
하지만 이 슬픈 이야기 속에는 반짝이는 보석 같은 두 사람이 더 등장해요.
한 명은 임금님이 쫓겨날 때 손을 꼭 잡으며 "꼭 다시 만나요"라고 약속했던 정순왕후예요. 그녀는 임금님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무려 64년 동안이나 보랏빛 천을 염색하며 임금님을 기다렸답니다.
또 한 명은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엄흥도 할아버지예요. 무서운 군사들이 "누구든 임금님을 돕는 사람은 가족들까지 모두 벌주겠다!"라고 위협할 때, 모두가 고개를 돌리고 숨어버렸어요.
하지만 엄 할아버지는 지게 하나를 등에 지고 어둠 속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사람의 도리를 지키는 것이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하단다."
이 말 한마디를 가슴에 품고, 할아버지는 차가운 강물 속에 뛰어들어 소년 임금님을 지게에 모셨어요. 그리고 눈보라가 치는 산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하늘이 보내준 신비한 노루를 만나게 되지요.
자, 이제 선생님과 함께 시간을 거슬러 여행을 떠나볼까요? 덜컹거리는 지게 소리와 노루가 남긴 따뜻한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발견하게 될 거예요.
슬프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의 기록, 지금 시작합니다.
이 동화책은 어린이들에게는 '죽음'이나 '비극'이라는 단어보다는 '밤하늘의 별'이나 '약속(約束)'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호기심을 자극하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