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역사책을 펼칠 때마다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광활했던 고구려의 역사가 정말 이 좁은 반도와 만주 일대에서만 이루어졌을까?"
이 책은 그 단순하고도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저자는 감정적인 민족주의나 막연한 상상력 대신, 철저하게 '기록'과 '지리'를 대조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삼국사기》와 중국 정사(正史)가 가리키는 강과 산, 그리고 도시의 위치를 현대의 지도 위에 하나씩 대입해 본 결과, 우리는 전혀 다른 장소에 도착하게 됩니다.
고구려의 첫 번째 수도 : 졸본(卒本)은 키르기스스탄의 '촐폰(Cholpon)'입니다.
요수와 압록강의 재발견 : 사료가 묘사하는 요수(압록강)의 특징은 한반도가 아닌 중앙아시아의 '시르다리야 강'과 일치합니다.
평양의 재배치 : 고구려의 심장 평양성은 좁은 대동강 변이 아니라, 비옥하고 광활한 '페르가나 분지'였습니다.
『실크로드의 지배자 고구려』는 익숙한 상식에 균열을 내는 책입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촘촘한 사료적 근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한반도를 넘어 중앙아시아 대평원을 달리고 있는 우리 역사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