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시절, 아버지 서재에서 우연히 만난 한 장의 레코드. 그 위에 적힌 영문 가사를
보며 처음 완창했던 곡은 글렌 캠벨의 "Time"이었다.
서툰 영어 발음이었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을 두드렸다. 이후 고교 시절, 친구와 기
타를 치며 불렀던 사이먼과 가펑클의 노래들은 내 마음속에 음악의 싹을 틔웠다. "The
Boxer"의 섬세한 멜로디와 시적인 가사는 또 다른 세계로 나를 이끌었다.
팝송은 단순한 흥얼거림이 아니라, 가슴속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창구가 되어주었다.
대학 생활은 팝송과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하숙집 방 한구석에 있던 기타는 나의
가장 좋은 친구였다.
롤링 스톤스의 곡들을 따라 연주하며, 낯선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 같았다. 짙은 감성
의 노랫말과 역동적인 리듬은 일상의 지루함을 깨우고, 내게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그 시절은 팝송이 단지 음악 이상의 무엇, 즉 삶의 기쁨과 위로를 준다는 것을 깨달은 시간
이었다.
영국 유학 시절, 내가 살던 리버풀은 비틀즈의 고향이었다. 그곳에서 비틀즈의 삶과 음악
을 새롭게 발견하는 경험은 나를 한층 성장하게 했다. 거리마다 흐르던 그들의 음악은 그저
추억이 아닌, 생생한 현재로 느껴졌다.
팝송의 힘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강렬했다. 가사의 깊이는 시에 비견할 만했고, 멜로디
는 나를 어루만져 주었다. 팝송은 내게 영감을 주고, 지친 날에는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는 원천이었다.
37년 6개월간 경영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할 때는 학생들에게 좋은 팝송을 소개하며 정서를
다독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퇴직 후 시작된 팝송 강의는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노인
복지관에서 진행한 "추억의 올드팝" 강의는 나에게도, 수강생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팝
송은 단순한 음악을 넘어 정서와 인지 기능에까지 도움을 주었다.
서울의 복지관, 주민센터 그리고 부산에서 추억의 팝송을 가르쳤다. 그리고 음악상담심리
사 자격증도 취득했으며, 노래 동아리를 결성해 매주 1회 기타, 하모니카 및 엘프 반주기에
맞춰 함께 노래 부르고, 버스킹도 여러 차례 했다. 퇴직 후에는 기타, 하모니카, 오카리나,
밴드 보칼 등 음악 활동으로 주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공감의 시대 TV〉 유투브에서 팝송 해설을 하면서 스스로 공부를 하고 있다. 대학
생이 아니라 나이가 든 사람들과 온, 오프라인에서 팝송을 통해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지금 내 삶의 새로운 기쁨이다. 이들 중에는 영어 가사를 어려워하는 분들이 다- 5
- 6
수 있었다. 이 분들에게 도움이 될 책을 구상하게 되었다. 이 책들은 2권으로 구성되어 있
는데, 권당 50개의 곡을 담고 있다. 추가하고 싶은 올드 팝이 100곡 이상 있어 기회가 되
면, 향후 보충해 나가고자 한다.
팝송은 내 삶의 주요 배경음악이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나의 이야기가 담긴 음악,
그리고 음악 속의 이야기가 내 인생을 이끌어주고 있다.
이 책은 영어가 왕초보 수준의 사람들도 알기 쉽게 만들었다. 아무쪼록 팝송을
즐기는 분들에게 조그만 도움이 되길 바란다. 끝으로 편집작업을 도와준 고교 동
기 김성창군 그리고 삽화를 제공해 주신 남천천 올드팝송 교실의 박수미님과 정현
숙님에게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