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는 설명이 많다.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말은 늘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삶의 어떤 순간에서는 그 말들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말이 많을수록 머물 자리가 사라지는 때도 있다.
이 책은 노자와 예수를 나란히 세우려는 시도가 아니다.
동양적 사유와 언어의 결 위에서 성경과 신앙을 다시 바라보려는 조심스러운 시선에 가깝다.
노자의 ‘비움’, ‘약함’, ‘침묵’은 기독교 신앙을 대신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너무 서둘러 말해 온 신앙의 언어를 잠시 늦추어 세운다.
그 자리에서 성경의 말씀이 다른 속도로 들리기 시작한다.
이 책은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신앙을 정리하기보다 잠시 놓아두고 어디에 서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