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는 누군가에게는 척박한 비탈길이지만, 저자에게는 삶의 박자를 가르쳐준 가장 다정한 스승이었습니다. 90여 년의 세월을 품은 영도대교를 건너며 시작되는 이 여정은, 화려한 도시의 속도에서 벗어나 오직 두 발로 느껴지는 지면의 질감에 집중합니다.
이 책은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흰여울 문화마을의 좁은 골목을 훑고, 파도가 깎아내린 절영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걷습니다. 영도등대가 비추는 먼바다를 바라보며 내면의 소란을 잠재우고, 감지 해변의 자갈 구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조내기 고구마 역사기념관의 낡은 담벽에 서린 땀방울부터, 거대한 선박들이 오가는 풍경을 품은 복합문화공간 피아크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영도의 과거와 현재를 가로지르며 '빨리'라는 단어에 가려졌던 소중한 기척들을 살핍니다.
흰여울 해안 터널의 어둠을 지나 빛으로 나아가는 그 찰나의 순간처럼, 이 책은 삶의 긴 터널을 지나는 당신에게 따스한 위로의 문장이 되어줄 것입니다.